기분이 울적하거나 마음이 심란할 때면 책장을 쭈욱 둘러보다 반짝 눈이 마주치는 책을 꺼내든다. 마음이 요동칠 때는 그 격함을 가라앉혀줄 잠언집을, 어딘가 허할 때는 가슴이 아리거나 눈물 쫘악~ 뺄 수 있는 감동 소설을, 기분이 바닥까지 가라앉을 때는 아무 생각없이 낄낄대며 배꼽 잡을 수 있는 책들을 골라잡는다. 최근 계속되는 컨디션 난조로 슬럼프에 빠져있는 내게 지금 필요한 책은 3번, 웃기는 책! 그리하여 오늘 당첨된 책은 바로 가와카미 켄지의 엉뚱하지만 재미있는 책 <진(珍)도구적 발상>이다.

몇 년 전 온국민을 일촌의 열풍에 빠져들게 했던 모사이트 미니홈피를 들락거리다 재미있는 글을 본 적이 있다. <101가지 쓸모없지 않은 일본의 발명품들>이라는 심상찮은 제목의 일본책에 관한 글이었는데, 빗물에 옷이 젖는 것을 방지해주는 전신 우산, 라면을 먹을 때 긴머리가 흘러내리는 것을 막아주는 고정기, 귀걸이가 빠져 잃어버리는 것을 방지하는 귀걸이 받침대, 마음 약한 주부를 위한 생선 대가리 가리개, 어디서든 횡단보도로 건널 수 있게 해주는 휴대용 횡단보도 등 발명품이라고 소개된 것들이 하나같이 너무 엉뚱하고 엽기적이라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너무 웃느라 배가 아플 때쯤 그글을 내 미니홈피로 담아왔다. 우울할 때마다 두고두고 찾아보며 웃으려고 말이다.

그런데 어느날 서점에 갔다가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드는 책을 만났다. 약간은 촌스러운 포스를 발산하는 제목 옆에 다소곳이 자리잡은 물건들을 보는 순간 미니홈피에서 봤던 그 엽기 발명품이 떠올랐다. 그랬다, <101가지 쓸모없지 않은 일본의 발명품들>이 우리나라에서 번역되어 출간된 것이다. <진(珍)도구적 발상>이라는 생소한 제목을 달고서. 띠지에는 여러 나라에 번역되어 출판되었다는 문구가 자랑스레 박혀있다. 원초적인 상상력과 그것이 버무려내는 웃음 코드는 다른 곳에서도 그 힘을 발휘하는 모양이다. 여튼 우리말 제목을 단 이책을 보니 살짝 반가웠다. 미니홈피에서 본 글 이외에 얼마나 엽기적인 발명품들이 등장할지, 또 그것들은 얼마나 기발하고 엉뚱할지 사뭇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책을 봤을 때 '진도구'라는 단어의 뜻이 궁금했는데 책의 앞머리에 그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진(珍)도구'란, 쉽게 말하면 일상의 사소한 불편들에서 얻은 아이디어에 반짝이는 상상력을 버무려 만들어낸 발명품을 말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제한없는 상상력의 발현이다. 제품화된 발명품들과 달리 진도구는 실용성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일정한 틀 없이 엉뚱한 상상력으로 탄생한 진도구는, 그래서 대부분 실생활에서 사용하기엔 어딘가 부족하고 적지 않은 불편을 야기하기도 한다. 저자는 표현을 따르자면 진도구는 '발명품계의 이단아이자 마이너리그'인 셈이다.

이런 설명에 실용성이 없는 발명품이 무슨 소용이냐,라며 비아냥거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책을 넘겨보시라. 그럼 알게 될 것이다, 쓰잘데기 없으나 그 자체로 즐거움을 주는 발명품도 있다는 것을. 책에 빼곡하게 들어찬 황당하고 난감한 진도구들을 하나둘 보다 보면 큭큭,하고 웃음이 삐져나올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어느새 그들만의 세계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누구나 한 번쯤 떠올려 봤을 법한 엉뚱한 상상을 능청스럽게 구현해 낸 이 재미있는 발명품들은 독자들에게 기존의 상식이라는 틀을 깨는 재미와 함께 무공해표 웃음을 선사한다. 그게 바로 진도구의 진정한 매력이다.

제각각 개성 강한 진도구들도 크게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2개의 도구를 단순히 연결한 합체형, 모든 기능을 한 군데 몰아넣은 일체형(all in one), 현재 느끼는 사용의 불편함을 개선하고자 했지만 그에 못지 않은 또다른 불편을 야기하는 개량형, 도구의 원래의 기능을 새로운 발상으로 전혀 다르게 사용하는 전용(轉用)형, 기존에 없던 것을 생각한 새로운 발명품이지만 대부분 기발함을 넘어 황당함을 전해주는 신안(新案)형이 그것이다. 그러나 책을 보면 알겠지만 이런 구분은 큰 의미가 없다. 유형에 상관없이 기발한 진도구들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슬리퍼를 앞뒤로 붙이거나 개줄이나 우산에 빨래를 매단 채 길거리를 활보하는 것 쯤은 애교다. 다이어트를 위해 슬리퍼 뒤쪽에 침을 박아놓거나 알람을 끄지 못하게 자물쇠로 채워두는 독함도 보이고, 비 올 경우를 대비해 넥타이 대신 목에 우산을 매달거나 마스크에 지퍼를 달아 그 구멍으로 담배를 피우거나 빨대를 빠는 기발함도 있다. 모기장 치기가 귀찮다며 머리와 손발에 부분 모기장을 씌우는 두 배의 수고를 하는가 하면 태양열로 머리에 뜸을 뜬다며 모자 윗부분에 부황 기구를 달아놓는 황당함도 있다.

아픈 가운데 출근의 의지를 불태우는 외출용 얼음주머니나 바쁜 시간에도 미용에 목숨 바치는 보행기 드라이어, 밥을 먹은 후 이를 쑤시는 모습을 살짝 감춰주는 이쑤시게용 의수나 채썰기 할 때 유용한 손가락 베임 방지 요리용 의수는 배꼽을 잡게 한다. 이외에도 휴대용 횡단보도, 휴대용 정류장, 귀걸이 받침대, 렌즈 분실 방지용 안경 등이 있다. 특히 뚫어뻥을 이용한 나홀로 손잡이나 해먹을 이용한 나홀로 좌석, 침흘리고 자도 괜찮은 얼굴용 발 등 지하철 관련 진도구들은 대부분 히트였다.

진도구의 특성상 대부분의 물건들이 사용함으로써 더 큰 불편함을 초래한다. 그러나 걔중에는 쓰레받기 뒤에 비닐을 붙여놓은 합체형 쓰레받기나 장화에 수세미를 붙여놓은 장화, 손잡이에 악력기를 붙여놓은 우산, 발로 문을 열 수 있게 하는 손잡이, 눕는 각도에 맞춰 움직이는 TV, 면을 쉽게 자르도록 젓가락에 부착한 나이프 등은 실용적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는 아이템이었다. 특히 옆으로 누워서 책을 볼 때마다 안경 다리 때문에 불편했던 나와 같은 분들이라면 이책의 여러 진도구들 중 '모로 눕기 전용 안경'에 마음이 확 꽂힐 것이다. 안경 다리를 없애고 머리띠를 이용해 이런 안경을 하나 만들어볼까 살짝 고민중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엽기적인 발명품 못지 않게 큰 웃음을 주는 존재가 바로 책의 모델들이다. 말도 안 되는 발명품들을 어찌나 진지한 표정으로 소화해 내시는지, 그들의 표정만 봐도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개성적인 외형과 기능을 갖춘 진도구의 특성상 어딜가나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을 테고, 그로 인해 분출되는 강렬한 쪽팔림을 극복하고 진정 즐기는 자세로 촬영에 임한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세상에 메이저가 있으면 마이너도 있기 마련이다.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 발명품들이 있는 반면 그저 재미있게 즐기는 것을 목적으로 한 진도구같은 발명품들도 있다. 처음엔 뭐 이런 걸 책으로 출판까지 할 필요야, 싶었다. 그냥 한 번 웃고 말 뿐 별다른 의미가 있다고는 보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이책 재미있다. 곳곳에서 피어나는 기발한 상상력과 그것을 그대로 재현하는 거침없는 표현에 매료됐다. 생활의 편리함을 더해주기는 힘들 것 같은 발명품들이지만, 일상의 무료함은 물론 상식과 고정 관념을 단숨에 넘어서는 신선한 즐거움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솔직히 자신있게 이책을 사서 보세요,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사진들을 질 좋은 종이에 컬러로 인쇄한 책이라 책값도 적지 않고, 그저 재미로 보고 즐기는 일회성이 강한 책이라 딱히 소장 가치가 있지도 않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이책 판매량도 많지 않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책들은 자기만의 몫이 있지 않나 싶다. 이책의 자기 몫은 즐거움이다. 어쩌다 한 번씩 펼쳐보면 이책, 정말 재밌다. 웃고 싶을 때 주저없이 웃게 해준다. 물론 이것도 자꾸 보다 보면 약발이 떨어지긴 하겠지만. 어쨌든 이책의 의미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가끔 웃을 계기가 필요할 때 거침없는 상상력의 세계로 빠져보자. 상식을 깨는 진도구적 발상이 당신을 유쾌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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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젬마 2009.05.20 23: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ㅎ 저도 이 책 내용을 어디선가 본적있어요.
    얼마나 웃었던지~~웃음을줄수있으니 그 값어치는 한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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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Favicon of http://news444.edublogs.org/ BlogIcon 대견합니다 2012.09.13 21: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싑게 설명해주셔서 재미있게 읽었어요! 다음 기사도 기대할게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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