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8일은 충무공 이순신제독의 464주년 탄신기념일이었습니다. 충무공 이순신제독의 지휘 아래 16세기 동아시아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던 조선 수군. 하지만 그로부터 300여년이 지난 후, 제국주의의 그늘이 밀려오던 조선의 암울한 국내ㆍ외적 정세만큼이나 해군력도 많이 퇴보되어 있었습니다. 게다가 병인양요, 신미양요, 운요호 사건 등 외세의 침입이 계속되고 1876년 체결된 강화도 조약에 따라 본격적인 개항이 이뤄지면서 우리 해안의 방어에 관한 문제가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릅니다.

지금으로부터 100여년전 위기에 놓인 조선의 바다를 지키기 위해 최초의 근대적 해군사관학교를 설립하고 해군 체계를 개편하고자 했던 노력들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근대적 해군체제로의 개편

조선 수군은 진관체제를 바탕으로 경남 통영에 위치한 통제영을 최고 지휘기구로 하여 경상ㆍ전라ㆍ경기ㆍ강원ㆍ충청도 등에 수군기지를 설치하고 해안방어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1883년 12월 이러한 기존의 수군 체제를 대신하기 위해 부평에 통제영의 기능을 수행하는 기연해방영(畿沿海防營)을 설치하고 민영목을 기연해방사무에 임명합니다. 기연해방영 휘하에는 강화에 해연총제영(海沿總制營)을 만들어 강화유수 및 진무사를 겸하는 해연총제사가 경기 연해 및 인천 연안의 해안방어를 총괄하도록 했습니다. 강화에는 해군영(海軍營)과 통제영학당(總制營學堂)도 설치되어 해군사관을 양성할 계획이 세워집니다.

해군영으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강화의 진무영

해군영으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강화의 진무영

강화도 외곽방어를 위해 설치된 갑곶돈대

강화도 외곽방어를 위해 설치된 갑곶돈대

최초의 근대 해군사관학교를 설립

1892년 12월 고종은 근대 해군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영국총영사에게 해군 교관 파견을 요청하고 1893년 3월에는 해군학교 설치령을 반포합니다. 통제영학당은 지금의 강화도 강화읍 갑곶리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1893년 9월부터는 15세 이상과 20세 이하의 생도 38명과 수병 300여 명을 모집하여 정식 개교 후 허치슨(W. du F. Hutchison)에게서 영어교육을 받기 시작합니다. 한편 영국정부에서는 1893년 6월 해군 교관 파견을 승인하였고 이에 따라 군사교관인 콜웰(W. H. Callwell)대위와 조교 커티스(J. W. Curtis)하사를 파견합니다. 그리고 이듬해 4월부터 이들에 의해 본격적인 군사훈련이 시작됩니다.

콜웰 대위 교관 취임 수락서(1893.10.12)

콜웰 대위 교관 취임 수락서(1893.10.12)

조선이 근대 해군을 건설하기 위한 본격적인 노력을 기울이자 침략의 기회를 엿보고 있던 일본은 이를 경계하게 됩니다. 1894년 3월 일본의 해군 대위 미나미 요시요야(南義親)는 정탐을 목적으로 강화도의 해군관청을 시찰하고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일본 방위청사료관에 보관 중인 미나미 대위의 첩보문서

일본 방위청사료관에 보관 중인 미나미 대위의 첩보문서

이 보고서에는 통제영학당의 규모, 위치, 생도 교육 등에 대한 내용뿐 아니라 강화도의 해군력에 관한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통제영학당은 수업을 위한 본관 구역과 생활공간인 기숙사 구역 등 한옥 1동 및 민가 2동으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영국 옥스퍼스대학 도서관 소장

영국 옥스퍼드대학 도서관 소장

본관 구역은 수업이 이루어지는 교사당(敎師堂)과 생도 기숙사로 구성돼 있었고, 건물은 목조화양절충의 10m 내외 길쭉한 형태였다고 합니다. 언덕 위에 있었던 기숙사 구역은 다시 두 개의 영역으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갑호 생도의 기숙사이고, 다른 하나는 영어를 가르치던 영경교당(英經敎堂)이었습니다.

강화도 성공회 회당

강화도 성공회 회당

사진 속 성공회 회당에서는 생도들을 대상으로 영어 및 서양문화교육이 이뤄졌다고 합니다. 당시 조선의 성공회 교구장이었던 코페 주교는 영국해군 아동기금을 통해 선교자금을 지원 받았고 통제영 학당의 교관이었던 콜월 대위의 군종신부로도 활동했다고 하니 통제영 학당과 성공회의 밀접한 관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통제영학당의 해체

이렇듯 근대 해군사관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을 한걸음씩 시작해 나가지만 국내ㆍ외적인 압박이 심해짐에 따라 1894년 6월 해연총제영과 함께 통제영학당은 혁파되어 심영(沈營)으로 운영이 이관되었고 그해 7월 청일전쟁이 발발하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한 교육기관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결국 1894년 11월 폐교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근대 해군으로의 꿈

통제영학당을 통해 근대 해군교육을 받은 사관을 양성하려던 계획은 실패하였지만 고종은 다시금 신식 군함의 도입을 추진합니다.

대한제국의 첫 번째 군함인 ‘양무호(揚武號)’

대한제국의 첫 번째 군함인 ‘양무호(揚武號)’

이에 따라 1903년 일본의 미쓰이물산 합명회사를 통해 3천424톤급의 화물상선을 구입하고 함포와 기관포를 설치해 군함으로 개조합니다. 이 군함이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군함인 ‘양무호(揚武號)’입니다.

대한제국의 두 번째 군함인 ‘광제호(光濟號)’

대한제국의 두 번째 군함인 ‘광제호(光濟號)’

그리고 두 번째로 1904년 건조된 광제호를 이어서 구입합니다. 광제호는 전장 220척, 너비 30척, 선심 21척에 화물적재량 540t, 총중량 1천56t, 출력 2천483마력, 최대 속도 14.77노트의 기선으로 3인치 포 3대가 장착돼 있었습니다. 해안경비의 임무를 수행하던 광제호는 1905년 을사조약의 체결에 따라 탁지부 관세국 관할로 소속이 변경되었고 연안세관 감시선으로 운용되다 태평양 전쟁 시에는 석탄운송선으로 사용되기도 하였습니다.

근대화에 실패한 대한제국은 결국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게 되고 통제영학당에 대한 기억도 점차 사라져갑니다. 하지만 1987년 장학근 전 해사교수의 ‘조선시대 해양방어사연구’라는 논문을 통해 그 존재가 다시 알려지고 해군이 1999년 6월 강화군청에 통제영학당 터에 대한 문화재 지정을 요청함에 따라 이 곳은 2001년 4월 인천광역시 기념물 제49호로 지정됩니다.

해군은 해양수호 역사에 대한 인식 제고와 해군 정통성 확립을 위해 지난해부터 해군 창설기 주둔지 등 역사·군사적 의미가 있는 장소에 표지석을 설치해 왔으며, 2009년 4월 29일에는 통제영학당 표지석이 제막되어 외세침략하에서도 근대 해군을 건설하려던 해군 선배들의 미래지향적 정신을 이어받기 위한 해군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강화군 갑곶리에서 거행된 통제영학당 표지석 제막식

강화군 갑곶리에서 거행된 통제영학당 표지석 제막식


 by 오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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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emiye.com BlogIcon 세미예 2009.04.30 13: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군요. 해군에 대해 다시금 알게된 것 같습니다. 공부 잘하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2. 최그레이스 2009.04.30 20: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의 글을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3. Favicon of https://humorzoa.tistory.com BlogIcon 유머조아 2009.05.01 05: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픈 역사네요. 부국강병만이 우리 미래를 보장해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4. 그라프 제플린 2009.05.01 06: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한제국 말에 구입한 두척의 군함에 대한 얘기를 옛날에 얼핏 듯고, 그저 이미지 땜빵용 허접한 배 두척으로 자위하는 망해가는 나라의 이미지를 생각했었던 제가 잘못된 생각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규모를 보니 그래도 호위구축함정도의 배수량에 3인치급의 포를 3개정도라도 달아놓은 것이 그래도 당시 어느 정도는 필사적으로 자주국방을 위해 노렸했었구나 하는 것이 느껴져 옵니다. 그런 노력들이 좀더 빨리... 시작되었다면...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절절합니다.

  5. 훈육관 2009.05.01 09: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일 밑에 사진 보니까
    해군헌병이 서있는게 아니라.

    해병대-헌병이 차렷자세로 서있네요,ㅎㅎ

  6. Favicon of https://dcafe.tistory.com BlogIcon deutsch 2009.05.09 16: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체제가 받쳐주지 못한, 받쳐줄 수 없었던 노력들이 안타갑습니다.

  7. Favicon of https://product-reviewer.squarespace.com/ BlogIcon Santoyo 2012.08.25 15: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사합니당 ^^^

  8. Favicon of http://news444.edublogs.org/ BlogIcon 대견합니다 2012.09.13 21: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을 읽는데 눈물이 볼을 타고 소리없이 흐릅니다.
    자랑스럽고 대견합니다.

  9. Favicon of http://compareprices.edublogs.org/ BlogIcon 하지만 2012.11.12 01: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 한주호 준위님 사진도 보이네요....

    영면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