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사람 마음을 알기 힘들다는 뜻의 속담이다. 하지만 바닷물에 관한 한 이 말은 ‘한길 사람 속은 알아도 열길 바닷 속은 모른다’는 것이 실제 현실이다.

  우선 바닷물 속에는 햇빛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바닷물의 투명도에 따라 어느 정도 편차는 있지만 햇빛의 75%는 대략 수심 6m 이내에서 멈춰 버린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점점 어두워져서 수심 30m 이하가 되면 눈으로 사물을 구별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이런 사정 때문에 바다 속의 적 잠수함을 찾는데 사람의 눈은 전혀 소용이 없다. 잠수함 속에 타고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잠수함이 수중을 항해할 때 눈으로 바다 속을 직접 살펴볼 방법은 없다.

  물론 일부 관광용 잠수정에는 창문이 설치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관광용 잠수정은 수심 30m 이내 정도로만 잠항하기 때문에 바다 속 풍경을 눈으로 살펴 볼 수 있는 것이지, 더 깊은 바다로 들어가는 군용 잠수함이라면 바다 속에 무엇이 있는지 눈으로는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다.

 

◆ 바다 속에선 레이더도 무용지물

  그렇다고 바다 속에서 레이더 같은 전파 신호가 투과되는 것도 아니다. 하늘에서는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물체라도 스텔스기가 아닌 일반 전투기라면 레이더를 이용해 고도와 위치, 비행방향을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바다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바다 물속에는 레이더의 전파가 제대로 통과하지 않기 때문에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현대 군대에서 상대방의 존재를 파악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감시정찰 장비는 레이더가 바다 속에서는 소용이 없으므로, 잠수함 같은 수중 물체는 기본적으로 스텔스 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도 과장이 아니다.
  눈도 소용이 없고, 레이더도 무용지물이라면 도대체 바다 속에서 잠수함을 어떻게 찾을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또 잠수함들은 또 어떻게 한치 앞도 못 보면서 수중에서 목표를 찾아 항해할 수 있을까?

  그 비결은 바로 소리다. 잠수함은 금속으로 만든 덩친 큰 기계 덩어리다보니 소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군함이나 항공기는 물속에서 들려오는 소음을 찾아 물 속 잠수함의 존재를 확인한다. 소리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물속으로 음파를 쏘아 그 반사음으로 잠수함의 존재를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잠수함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음파를 수중으로 쏘아 그 반사음을 확인하거나 상대방 군함에서 나오는 소음으로 적의 존재를 확인해야 한다. 이렇게 소리를 통해 물속에 있는 물체를 확인할 수 있는 장비가 바로 음파탐지기, 즉 소나(SONAR)다. 눈으로 보이지도 않고, 레이더도 소용없는 깊은 바다 속에서는 소나가 바로 눈과 레이더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소나가 실용화된 지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잠수함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흔히 한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때문이다.

  우선 잠수함에서 소음을 줄이기 위한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다. 소음을 줄이는 것이 잠수함의 생존성을 높이는 길이기 때문에, 지난 반세기동안 세계 각국의 잠수함은 점점 더 조용하고 은밀하게 항해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 복잡하기 짝이 없는 바다의 속사정

  바다 속에서 잠수함을 찾기가 쉽지 않은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복잡하기 짝이 없는 소리의 특성과 바다의 물리적 ․ 화학적 성질 때문이다.

  소리가 바다 속에서 전달된다고는 하지만 한계는 있다. 기본적으로 모든 소리는 거리가 멀어질수록 확산되면서 그 에너지가 약해진다. 물체의 성격에 따라 소리를 흡수하는 것도 있고, 소리가 반사되거나 굴절되면서 뒤섞이기도 한다.

  이렇게 약해지고 뒤섞인 소리만으로 바다 속에서 잠수함의 위치와 크기, 항해 방향을 알아내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수중 물체를 좀 더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소음을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음파를 쏘아 그 반사음을 들어야만 한다.

  소리는 바다 속에서 퍼져나가다가 물체를 만나면 반사되는데, 군함 입장에서는 그 반사되는 음으로 잠수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물속에서 소리를 반사하는 것은 잠수함만이 아니다.

  우선 군함에서 쏜 음파가 해저 표면에 부딪히면서 복반사가 일어나는 것이 문제다. 이 같은 복반사는 일종의 잡음이 되어 물 속 상황을 알아내는데 지장을 준다. 고래 같은 덩치 큰 수중생물도 소리를 반사할 수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심지어 그냥 물 자체에서도 반사나 굴절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같은 바다 속이라도 염도와 수압, 온도, 밀도는 천차만별이다. 이런 차이는 소리의 속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염도가 더 높은 짠물일수록 소리의 속도는 더 빨라지고, 민물에 가까운 물일수록 소리의 속도가 느려진다. 역시 온도가 높아질수록 소리의 속도가 빠르고, 저온일수록 느려진다. 이런 차이는 소리를 꺾이게 만들거나 복잡하게 뒤섞어 버리게 되므로, 소리를 활용한 소나의 정확성을 떨어트리게 된다.

  수심에 따라 염도, 수압, 온도는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성질에 따라 바다 속에는 일정한 층이 생긴다.우선 수표면에서 가까운 곳은 바람 때문에 바닷물이 뒤섞이는 혼합층이 있다. 그 아래 일정지점에서 수온이 급격하게 낮아지는 곳이 바로 수온약층이다. 수온약층은 항상 존재하는 곳도 있고 계절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그 아래에는 온도가 변화가 거의 없는 심해층이 있다.

  이런 층과 층의 경계에서는 소리가 반사되거나 꺾일 수가 있다. 혹은 층 주변에서 음파통로가 생기기도 한다. 이때는 소리를 보다 멀리 전달하기도 하는 등 바다와 소리의 상호작용은 오묘하기 작이 없다. 

  더욱 문제는 같은 수심이라도 주변에 강이 있는지 여부, 난류나 한류 같은 해류의 상황에서 따라서도 염도, 수압, 온도, 밀도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주변에 강이 있어 민물이 흘러들어 뿐만 아니라, 난류와 해류까지 있다면 바로 인접한 장소에서도 염도, 수압, 온도, 밀도가 극심한 차이를 나타낼 때도 있다.

  이럴 때는 물이 금방 섞이지 않고 커다란 덩어리를 형성하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수괴’다. 수괴도 소리를 반사하거나 꺾이게 만들 수 있으므로 바다 속사정을 더욱 오리무중으로 만든다.

  우리나라 주변 바다야말로 이 같은 복잡한 현상이 일어나는 교과서적인 장소다. 특히 한류와 난류가 뒤섞이는 동해에는 수시로 수괴가 발생하고, 두 수괴가 대치하는 수온전선에서 복잡한 상호 작용을 일으킨다.

  이런 여러 요소들이 소리에 영향을 미치므로, 소나의 정확성을 떨어트리게 된다. 애당초 찾기 힘든 잠수함을 더욱 찾기 힘들게 만드는 것은 이런 바다의 특별한 속사정 때문이다. 역으로 잠수함 입장에서는 이처럼 소리가 반사되거나 굴절될 수 있는 지점을 이용해 자신의 존재를 숨기는데 활용하기도 하므로, 잠수함을 찾는 일은 더욱 어렵고 힘든 작업이 된다. 

  미국 해군이 필사적으로 해양학(Oceanography)을 연구하거나 관련 분야의 민간 연구를 지원하는 이유도 이처럼 복잡하기 짝이 없는 바다의 속사정을 조금이라도 더 정확하게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바다 위치에 따른 염도, 수압, 온도, 밀도의 차이를 연구하고 전반적인 변화의 흐름이나 계절별 차이에 대한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수집하는 길만이 잠수함을 찾을 확률을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해군도 마찬가지다. 우리 해군은 한국 주변 바다의 염도, 수압, 온도, 밀도 그리고 해류와 기상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측정해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타 국가기관과의 정보 교류를 통해 바다를 조금이라도 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ㅇ「전문가 칼럼」은 해군 정책 및 의견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본 코너는 대잠전과 관련한 전문가의 고견을 네티즌 여러분께 전달해 드리기 위해 마련하였습니다.


"여기+"를 누르시면, 블루 페이퍼 새 글을 쉽게 보실 수 있습니다.

YOUR COMMENT IS THE CRITICAL SUCCESS FACTOR FOR THE QUALITY OF BLOG POST
  1. Favicon of http://tomaxi.egloos.com BlogIcon maxi 2010.09.16 11: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병륜기자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2. CHENG 2010.09.16 13: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병륜님 오랜만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