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까지 와서 일출을 놓칠 수는 없기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이른 아침 숙소를 나섰습니다. 어제부터 탐탁지 않은 날씨에 걱정이 앞섰지만, 그래도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도착한 곳은 낙산해수욕장. 날이 서서히 밝아오지만 해가 보이기는커녕, 해가 어디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하늘은 흐렸습니다.

삼킬듯한 기세로 몰아치는 파도

실망도 잠시, 하늘이 도와주지 않는 걸 어떻게 하겠습니까.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바로 옆에 위치한 낙산사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낙산사 입구

친절하게 맞아주신 스님

낙산사하면 워낙 유명한 사찰이라 많이 알고 계시겠지만, 한번 짚고 넘어가자면. 신라 시대 의상대사에 의해 지어진 유서 깊은 사찰로 관동팔경 중 하나로 유명합니다. 2005년 4월 강원도 일대를 휩쓴 큰 산불로 인해 주변의 자연과 함께 대부분의 전각이 소실되었습니다. 그 이후, 4년이 넘는 보수공사를 마치고 현재는 복원이 마무리 되어 지난 11월 12일에는 복원을 기념하는 회향식을 가졌다고 합니다.

소개는 이정도로 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낙산사를 둘러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다를 끼고 있는 길을 따라 모퉁이를 돌면 의상대사 기념관과 다래헌이 보입니다.

의상대사 기념관

낙산사를 창건한 의상대사를 모신 의상대사 기념관입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의상대는 보수를 위해 해체되어있어서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 아쉬움을 기념관 앞에 걸려있는 사진으로 나마 위로해야 했습니다.

다래헌의 뒷뜰

바다를 보면서 차를 즐길 수 있는 다래헌의 뒷뜰. 이런 곳에서 차를 마시고 있노라면 절로 운취가 생길 것 같습니다.

워낙 큰 절이라 어디를 먼저 가야할지 안내도를 한참을 바라보다 결국 처음 목적지로 정한 곳은 홍련암. 옆으로 보이는 검게 그을린 나무들이 그때의 참혹함을 어렴풋이나마 짐작케 해줍니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화마의 흔적

이런 저런 소원들이 쓰여진 기와들

길가에 길게 놓여있는 불공기와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홍련암으로 가는 길에 있는 연아당

연아당 추녀 밑 목어

연아당을 돌아 올라가는 계단. 경치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홍련암

꽤나 먼길을 걸어 드디어 홍련암에 도착했습니다. 정말 절경이 따로 없었습니다. 실제로는 훨씬 더 아름다운 경관이었는데... 카메라에 모두 담기는 당연히 무리입니다. 낙산사를 찾게 된다면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꼭 한번 가봐야 할 곳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시 발걸음을 돌려 낙산사 내원으로 향합니다. 다음 목적지는 보타전.
보타전 가는 길 옆으로 제법 큰 연못이 보입니다.

보타락과 연못

연꽃도 지고 수초도 말라 버린 초겨울의 연못이지만 그 나름대로의 멋이 느껴집니다.

보타전 전경

보타전 오른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언덕을 조금만 올라가다 보면 멀리서도 얼핏 존재감을 드러내던 해수관음상이 보입니다.

해수관음상

16m 높이의 해수관음상입니다. 가까이서 보니 그 위용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원통보전, 부처님을 모시는 대웅전이 없는 낙산사는 건칠관음보살을 모시는 원통보전을 큰 법당으로 삼고 있다고 합니다.

원통보전과 낙산사 칠층석탑

새로 지은 원통보전과 오랜 세월의 흔적을 담고 있는 칠층석탑이 묘한 대립구도를 이루고 있습니다.

보물 제499호 낙산사 칠층석탑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이 서려있는 사천왕문

화재에서 살아남은 사천왕문입니다. 낙산사의 오랜 역사를 증명해주는 유일한 건물입니다. 사천왕문이라도 남아 정말 다행이지만 한편으론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낙산사의 정문이라 할 수 있는 홍예문

낙산사로 들어오는 또 다른 입구인 홍예문을 지나 처음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길. 무료 자판기에서 뽑은 커피로 몸을 녹였습니다.

종이 컵에 인쇄된 김홍도의 관음굴도

이른 시간 들른 낙산사, 돌아갈 즈음 시계는 벌써 아홉시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사찰의 고요함과 운취에 취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이리 저리 거닐었더니 허기가 몰려왔습니다.

고요한 새벽의 낙산사, 이른 시간이기도 했고 한껏 가라앉은 날씨까지... 그렇게 마치 수묵화처럼 잔잔했던 풍경 속에서도 형형색색 제 빛깔을 뽐내던 단청들의 괴리감.

이제 낙산사는 5년 전의 아픈 기억을 잊고 새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세월이 지나고 새로 칠해진 단청들의 빛에 바래 과거와 어우러질 때, 그 것이야 말로 진정한 천년고찰 낙산사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 날이 오기까지 정말 다시는 과거와 같은 일이 없도록 잘 보전해야 하겠죠.

여전히 낙산의 파도는 거칩니다. 다음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음에는 붉게 솟아오르는 일출과 좀 더 조화로운 모습의 낙산사를 기약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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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s://friend0913.tistory.com BlogIcon 둥이맘오리 2009.12.26 11: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좋은곳이네요...
    여러가지 핑계로 못갔던 여행지가 많은데....
    여기도 꼭 가보고 싶네요...
    잘보고 갑니다...

  3. Favicon of https://muznak.tistory.com BlogIcon 머 걍 2009.12.26 14: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타까웠던 그때가 기억이 납니다.
    벌써 복원이 다 끝났군요.
    나중에 함 들러봐야 겠습니다.
    잘 보구 갑니다,블루페이퍼님^^

  4. Favicon of https://phoebescafe.tistory.com BlogIcon Phoebe Chung 2009.12.26 15: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치가 너무너무 멋집니다.
    덕분에 좋은 구경 편안히 하고갑니다.^^

  5. 안순자 2009.12.26 16: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아름답네요겨울여행가고싶네요

  6. Favicon of https://deborah.tistory.com BlogIcon Deborah 2009.12.26 22: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것이 어찌 보면 무지한 인간의 탓으로 돌릴수 밖에 없네요. 아직도 화마의 흔적이 남아 있는걸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수 없네요. 정말 멋진 풍경이네요.

  7. Favicon of http://www.markjuhn.com BlogIcon mark 2009.12.26 23: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난 22일에 양양 쏠비치에 가서 이틀 아침을 차거운 바람 쐬며 일출사진 찍으려다 실패하고 돌아왔습니다. 흐흐
    트랙백 하나 올렸습니다.

  8. Favicon of http://smallstory.tistory.com BlogIcon 윤서아빠세상보기 2009.12.26 23: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학여행 때 가본듯도 하고 아닌것도 같고....
    어쨋든 덕분에 다시 봅니다.

  9. 有喜 2009.12.27 01: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지난해 여름에 휴가 겸해서 가족들과 동해바다 보고 낙산사에 다녀왔었는데^^
    추녀 아래 걸려있는 목어를 보니 참 반갑네요ㅎ 저는 그때 아빠가 발이 많이 안좋으셔서(통풍 땜에;;) 수박 겉핥기로 둘러보고 와서 제가 못 본 풍경도 많네요 다음에 다시 한번 다녀와야겠어요 ㅎ
    그리고 제가 다녀온지 1년 반이 넘었는데도 아직 화마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을 보니 안타깝네요.
    아무래도 저곳엔 나무를 다시 심어야 그 흔적이 사라지겠죠?

  10. Favicon of https://jacobsladder.tistory.com BlogIcon 루까 2009.12.27 11: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아름답습니다. ^^

  11. Favicon of https://zzip.tistory.com BlogIcon zzip 2009.12.27 18: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화마의 흔적을 보니 가슴 아프네요.
    근데 정말 절경은 넘 아름답습니다...

  12. 후니 2009.12.27 19: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번 가는 낙산사의 모습 사진으로 다시 보는군요.
    얼마전에 완전히 복원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낙산사 좋은 모습 잘봤습니다. ^^;

  13. Favicon of https://nameldk.tistory.com BlogIcon 이름이동기 2009.12.27 20: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슴 아픈 모습이 남아있지만 ..
    그래도 다시 태어났으니 많은 사랑과 관심이 있으면 좋겠어요 ^^

  14. Favicon of https://sophiako.tistory.com BlogIcon 초하(初夏) 2009.12.27 23: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학 여행 때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그리고 2009' 티스토리 우수블로그 선정을 축하드립니다. ^&^

  15. Favicon of https://leebok.tistory.com BlogIcon 빨간來福 2009.12.28 01: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늦게나마 우수블로거 선정을 축하드립니다. 멋지시네요. 나라도 튼툰히 지켜주시고, 블로그도 성공적으로 운영하시고.... 충성!! 입니다. ㅎㅎ

  16. Favicon of https://ramzy.tistory.com BlogIcon 이규빈 2009.12.28 10: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뜻깊은 발걸음을 하셨군요...^^
    아참, 베스트 블로그 축하드립니다!^^

  17. Favicon of https://boksuni.tistory.com BlogIcon 복돌이^^ 2009.12.28 11: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갑자기 바다 내음이 그립네요.......
    종이컵 인상적인데요^^

    행복한 연말 연시 되세요

  18. 09해군장학생 2009.12.28 14: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5년전인가 2004년도에 중학교 수학여행으로 갔었던 기억이 있네요,... 얼마지나지 않아 화재가 일어나서 안타까웠네요.

  19. Favicon of https://gemlove.tistory.com BlogIcon gemlove 2009.12.28 20: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절경이네요.. 바닷가에 딱 붙어 있으니 너무 신기해요 ㄷㄷㄷ

  20. Favicon of https://s810915.tistory.com BlogIcon 베가스 그녀 2009.12.29 07: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종교는 없지만, 절에 가면 이상할만큼 편안하더라구요. ^^::
    사진들이 참 좋네요.

    베스트 블로그 선정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