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KBS의 인기프로그램인 ‘1박 2일’에서는 연평도편이 방송되었습니다. 그런데 윷놀이에서 진 멤버들이 꽃게잡이 어선에 동승해 한창 꽃게잡이를 할 때 던진 선장님의 한 마디가 ‘블루 페이퍼’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바로 해군이 바다 밑 청소를 꾸준히 해 줘 꽃게 어획량이 증가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해군의 해저 폐기물 수거와 관련해서는 이미 ‘꽃게 길을 확보하라 - 해군의 폐그물 인양작전’ 포스팅을 통해 소개해 드린바 있습니다.

지난 여름, 서해 바다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광양함 장병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들어보겠습니다.

광양함

광양함

 

뜨거웠던 지난 여름의 열기가 아직 남아있던 지난 9월 말... 길 가 코스모스밭 잠자리떼가 가을군무를 벌이는 즈음에 해군의 보금자리 진해항 부두에는 웅장한 회색몸체의 많은 함정들이 정박해 있었습니다. 임무를 위해 출동을 준비하는 함정 한 켠에는 이제 막 출동을 끝내고 돌아온 함정들의 정비활동으로 부두는 항상 부산합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유달리 마치 뜨거운 뙤약볕에 밭에 나가 씨를 뿌리고 풍성한 수확만을 기다리는 농부와 같이 모두들 시커멓게 그을린 얼굴들로 뭔가 바쁘게 정비 작업 중인 함정이 있었으니 바로 ‘광양함’이었습니다.

55전대에 소속된 광양함은 지난 7월 중순.... 남들은 다가오는 여름휴가를 계획하며 들떠 있을 즈음에 해본으로부터 출동임무를 부여받았습니다.

“서해 연평도 인근해역의 폐그물과 바닷속 쓰레기를 인양하라!”

평소 구조함으로 많은 활동을 해왔던 광양함이지만 이번 임무만큼은 긴장감이 더했습니다. 바로 6월의 꽃게철에 벌어졌던 과거 1, 2차 연평해전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당시 남북관계는 매우 경직되어 언제 총성이 울릴지 모르는 긴박한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임무가 내려진 이상 광양함에게 망설일 여유는 없었습니다.

광양함장 장진홍 중령

광양함장 장진홍 중령


“임무를 부여받고 우리는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폐그물과 쓰레기들을 인양할 것인지 많은 고민과 토론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작년에 평택함이 실시했던 동일한 구역의 작업환경이나 성과를 내기 위한 노하우, 주의해야 할 여러 가지 사항들에 대해 집중연구를 하였습니다” (함장 중령 장진홍)

광양함에서는 먼저 보다 효과적인 폐그물 인양을 위해 오조묘(닻모양의 쇠갈쿠리, 5개의 새발가락같이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를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단순한 갈쿠리 모양에서 갈쿠리 끝부분을 낚시바늘처럼 미늘형태로 만든 것. 이는 한번 걸린 폐그물 끝자락이라도 여간해서는 빠지지 않도록 고안해낸 것이었습니다.

오조묘와 함께 함미에 와이어 및 나일론로프의 예인색을 연결한 광양함은 1~2노트의 속력으로 작업구역을 지그재그로 이동하며 탐색을 실시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곧 덜컥이는 느낌과 함께 장력이 전달되면 함수 크레인과 롤러로 폐그물을 갑판으로 끌어올렸던 것입니다.

“작업구역은 주로 뻘로 이루어져 있고 오랜 기간 뻘 속에 묻혀 있던 폐그물이나 닻을 끌어올리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개선한 오조묘로 작업을 하니 어지간한 경우에도 실패율이 적어 기간 내 폐닻 12개를 비롯하여 폐그물을 모두 84톤가량 수거할 수 있었습니다” (함장 중령 장진홍)

광양함의 이러한 실적은 사실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정보가 없는 바다 속의 폐그물을 고안해 낸 오조묘로 일일이 탐색을 하며 실제 작업기간 약 3-4주만에 84톤을 수거하였다는 것은 우리 해군이 아니고는 아무도 엄두조차 내지 못할 엄청난 양이요, 성과였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를 내기까지 광양함 장병들은 함장부터 모두가 한 달여 기간 동안 육지를 밟아보지도 못하고 오직 흐르는 조류와 싸워가며 바다위에서 생활해야 했습니다.

“가장 염려됐던 것은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였지만 그 다음으로 걱정했던 것이 바로 대원들의 스트레스 관리였습니다. 매일 똑같은 과업으로 대원들은 지쳐가고 또 당시는 한여름의 폭염이 내리쬐는 기간이었습니다. 달아오른 갑판위에 하루종일 서서 끌어올려진 폐그물을 인양하고 한쪽으로 쌓아두는 작업을 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짜증과 신경이 날카로워지기 마련입니다. 함장으로서 이 부분을 풀기위해 과업이 끝나면 격려의 정신훈화와 함께 대원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식사부터 잠자리까지 모든 간부들이 다 같이 나서서 살펴주도록 했습니다.” (함장 중령 장진홍)

“매일 매일 똑같은 작업만 하다보니까 단조롭기도 하고 또 날씨가 더워서 사실 짜증도 많이 났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고생과 땀방울로 연평도 어민들이 꽃게도 많이 잡고 생활이 나아진다하니 모두들 한마음으로 일심단결, 작업을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갑판하사 양태경)

“아침부터도 날씨가 더워 가만히 있어도 등에 땀이 주르륵 흐르는데 끌어올려진 폐그물에서 풍기는 악취에 사실 무척 고생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쓰레기와 폐그물들을 계속 바다속에 두었다면 얼마나 바다환경이 오염되었을까 생각하며 보람을 느꼈습니다.” (상병 오영보)

당시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며 남북관계를 일촉즉발의 긴장상태로 몰아가고 있는 북한을 경계하느라 광양함은 북한함정의 동태를 살피며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작업 중에도 수시로 남쪽으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이 기간중 연평부대장이 전 대원들에게 보내준 팥빙수 한 그릇은 그야말로 지상최고의 간식이었습니다.

‘09년 7월 19일부터 8월 23일까지 총 36일간의 작전을 단 한 번의 휴식도 없이 성공리에 마쳤던 광양함, 광양함의 외로운 전투는 단순한 폐그물 인양성과만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바다 속 환경정화와 함께 실제로 연평주민들에게 가시적인 어획량 증가로 나타났던 것입니다.

“지난해 우리 해군이 폐그물을 건져준 덕분에 올해 전반기 꽃게 어획량이 작년보다 두 배 가량 증가해 무척 기쁩니다. 그동안 폐그물이 바다속에 많이 쌓여있다 보니 꽃게들이 산란을 위해서 이동을 해야 하는데 통로가 막혀 이 곳 연평어장에는 해마다 꽃게수확량이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렇게 해군이 나서서 폐그물들을 걷어가 주니 정말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또 폐그물이 수거되면서 어망틀 설치작업도 전보다 훨씬 쉬워져서 여러모로 우리 어민들은 해군에 감사해 하고 있습니다.”(연평도 어촌계장 김광춘)

거친 바다를 주 무대로 하는 해군에 있어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각종 해난사고를 전담, 구조활동을 벌여온 5전단 광양함 장병들은 지난 뜨거운 여름철 기간동안 휴가도 없이 왕구슬땀을 흘리며 국민과 또 바다환경 정화를 위해 또 하나의 해전을 치른 용사들이었습니다. 또한 단 한건의 안전사고도 없이 커다란 성과와 함께 연평어민들에게 가을철 꽃게의 풍성한 수확을 안겨다 준 진정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해군이었습니다.

by. 고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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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middleagemanstory.tistory.com/ BlogIcon 영웅전쟁 2009.10.07 08: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
    이심전심이군요...
    1박2일 보면서 이글은 왜 없을까 하면서
    알려줘야지 했는데 ㅎㅎㅎ
    잘보고 갑니다.

  2. Favicon of http://yureka01.tistory.com BlogIcon yureka01 2009.10.07 10: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다에 폐거물이 저렇게 많았나요???
    편하게 버리면 결국 어획량감소로 다시 돌아온다는 교훈이 ㅠㅠ

  3. Favicon of https://archwin.net BlogIcon archmond 2009.10.07 11: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는 저 모습에 감동받았습니다.

  4. flower 2009.10.07 11: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새삼스럽게 해군에 고마움을 느끼고 가네요.

  5. Favicon of http://martinblog.net/ BlogIcon 마틴 2009.10.07 12: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해군 장교라는 것이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6. Favicon of http://ani2life.egloos.com BlogIcon A2 2009.10.07 13: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수고하시네요. 감사드립니다. ^^

  7. 279철판이 2009.10.13 16: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자랑스러운 해군..ㅜ.ㅜ

    꽃게잡이 주민들께서 해군의 고마움을 알아주는 것도 고맙고요.

    곧 해군부사관이 될 사람으로서 가슴 뿌듯합니다.ㅎ

  8. Favicon of http://pin301.com/myjaketonline/ BlogIcon jaket korea 2012.12.19 16: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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