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재밌어서 잠 못드는 세계사」 ...에 대한 주저리주저리

건강

어릴때부터 역사를 좋아했다. 사회과목을 유달리 좋아했던 이유도 역사가 껴있어서 그랬다.

그래서인지 집에 유달리 세계사 책이 많은데 읽을 때 깨끗이 읽는거는 또 아니어서 (밑줄치고 형광펜 치고 난리남) 알라딘에 팔지도 못하는게 그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근데 집에 세계사 책이 많기는 한데, 특이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사피엔스」나 「총, 균, 쇠」 같은 빅히스토리를 다루는 작품이 아닌 경우에는 다 저자가 일본인이다. 아니 왜? 내가 블로그에 남긴 서평란에도 역사부분을 보면 진짜 다 일본인이 쓴 책이다. 그래서 항상 읽을때마다 이 사람의 사상이 똑바른지 아닌지를 검열하면서 읽게되는데, 이번에도 가까스로 합격이다.

일단 허구가 허구임을 명백히 말해주는 책이라 좋다. 세상에 퍼진 (역사적) 통념 등을 꼬치꼬치 바로잡아주는데, 생각보다 놀라운 내용이 많다. 나관중이 쓴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영웅담들이 대부분 허구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예를 들어 잔다르크라는 여성은 병사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허구로 만들어진 인물이라는 내용은 상당히 충격이지 않은가?


아쉬운 점이라면, 주요 역사적 분기점에서 상당부분 설명을 스킵한다는 것. 르네상스 시대에 대한 부분도 그 당시 유명했던 미켈란젤로라든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든지, 아예 다 생략해버려서... 유럽사에서 르네상스를 제일 좋아하는 나로써는 꽤나 섭섭했다. 세계 1,2차대전도 그 전쟁이 일어난 전후 배경만 설명해줄 뿐 전쟁 자체의 진행에 대한 내용은 모조리 생략했다. 전쟁사도 은근히 재밌는데...

아, 그리고 센카쿠 열도 이야기와 왜구 이야기를 하는데, 여기서는 일본인이 쓴게 맞기는 맞구나 싶더라. 센카쿠 열도 분쟁이 실제로 일본이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역시 너무 편파적인 서술이었다고 생각한다. 명나라 시대를 언급하면서 왜구가 자주 출몰했는데, 얘네가 말그대로 일본 해적이다. 근데 사실 얘네들이 왜구보다는 중국 한족 해적들이 훨씬 많았다 뭐 이런 식으로 서술했던데?

정치적으로는 아닌데 경제적으로는 보수적 색채가 짙다. 다른 세계사 책과는 다르게 뉴딜정책의 부정적 측면을 매우 강조하고, 노동자친화적인 정책을 싫어하는 티를 낸다. 루스벨트를 되게 비판적인 논조로 서술하고 반면 후버는 띄워주는 감이 있다.

그리고 미국의 블록정책으로 인해 일본의 전쟁은 어쩔 수 없었다는 논조까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찾는 장면. 역사라는 소설이 있다면 정말 새로운 반전이 생겨 전개가 완전히 뒤바뀌는 바로 그 장면! 신대륙을 찾는다는 게 어떤 느낌일지, 당대 사람들에게 '신대륙 발견 소식'은 얼마나 어떻게 영향을 끼쳤을 지 한 번 곰곰히 생각해보면 진짜 어마어마했겠구나 싶다. 마치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화성에도 물과 공기가 있다던가, 외계인을 찾았다던가 뭐 이정도의 파급력 아니었을까? 지구는 둥글다는 건 또 어떻게 확신했나 싶다. 스페인 왕실의 결정도 쉽진 않았을게다.


영국과 네덜란드의 관계. 국제정치에선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 프랑스 견제를 위해 소원해진 네덜란드에게 파격적인 성의를 표시하는 영국. 네덜란드 최고 통치자를 영국 국왕으로 맞이함. 와우!


아, 역사 너무 재밌다. 근대로 넘어갈 때 여기저기 공장들 세워지고 철도 놓일때 왠지 모를 희열, 흥분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