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포해전의 자취를 찾아 417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만난 거제의 첫 인상은 낯설다. 열대식물 가로수 등 이국적인 정취와 함께 이 곳에서 느껴지는 햇살도 눈이 부실만큼이나 맑다. 1999년 총 940m의 왕복 4차선 신거제대교가 개통되면서 더욱 가깝게 오갈 수 있는 거제도는 섬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내륙의 해안지방으로 느껴진다. 거제라는 지명은 757년 신라 경덕왕 16년부터 거제군이라는 지명으로 표기되었으니 역사적으로도 유래가 깊을뿐더러 10개의 유인도와 52개의 무인도가 속해 있는 리아시스식 해안 곳곳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답고 빼어난 경관으로 찾는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것은 물론 지역 내 산재해 있는 여러 문화재나 역사적 유적들은 휴양과 함께 둘러 볼 수 있는 유명 관광지이기도 하다.

옥포대첩 기념탑

옥포대첩 기념탑

이순신제독의 영정을 모셔놓은 효충사와 기념관 앞에서 바라보는 옥포 앞바다는 압권이다. 탁 트인 시야와 넓은 남해바다를 배경으로 크고 작은 섬들 사이로 옥빛 바다를 가르며 떠가는 화물선과 각각 제 방향을 잡고 바쁘게 오가는 크고 작은 배들. 널따란 오목형 해안으로 이루어져 마치 넉넉한 어머니의 품을 연상케 하는 만의 건너편에서는 수 마일이 떨어져 있음에도 쾅쾅거리는 해머소리와 기계음이 들려올 정도로 거대한 옥포조선소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기념탑에서 바라본 남해바다의 옥포해전 현장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했을 당시 이곳은 경상우수영 관할 해역이었다. 경상우수사였던 원균은 임진왜란 초기, 왜군의 기세에 밀려 많은 군사를 잃은 뒤 전세가 걷잡을 수 없이 위급해지자 이 곳 옥포가 전라도와 충청지방에까지 이르는 해로의 목줄임을 깨닫고 당시 전라좌수사였던 이순신에게 구원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4월 15일 경상우수사 원균으로부터 약 150여척의 왜적 수군이 침공했다는 통보를 접한 이순신은 즉시 군사와 병선을 정비하고 전라병마절도사 최원, 전라도 관찰사 이광, 전라우도 수군절도사인 이억기에게 상황을 통보하는 한편, 연해안의 고을과 포구에 출전준비를 지시하였다 .
경상우수사였던 원균은 8관 16포의 수군 1만 2천여명과 76척이나 되는 전선의 대함대를 거느렸음에도 왜군의 기세에 눌려 4척만 이끌고 사천 쪽으로 도망쳐와 이순신에게 구원출정을 요구했던 것이다.

조선 수군 항진도(航津圖)

조선 수군 항진도(航津圖)

4월 26일, 경상도해역으로 출전하라는 명령을 받은 이순신은 즉시 경상우수사 원균에게 경상도 해역에 이르는 가장 신속하고 안전한 수로와 만날 장소 등을 문의함과 동시에 예하 지휘관에게 4월 29일까지 여수 앞 바다에 집결토록 준비명령을 하달하였다. 4월 30일 판옥선 24척을 비롯한 협선 15척 그리고 포작선 46척을 여수 앞 바다에 집결시켜 함대 편성을 하고 최종점검을 마친 이순신제독은 드디어 5월 4일 새벽 2시에 해상결전장으로 출항하였다. 포작선이란 당시 어선으로서 왜군 함선에 비해 숫적으로 불리함을 감추고자 함대의 후방에서 기동하도록 한 일종의 위장전술이었다.

옥포해전 전개도

옥포해전 전개도

출정당일까지 입수된 정보로는 적이 낙동강하구에서 여수방면으로 서진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나 어디까지 접근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이순신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당포까지의 직선항로를 택하지 않고 남해도와 창선도 그리고 사량도의 서부경상도 다도해 연안을 무려 380여 킬로미터나 2일간 밤낮으로 샅샅이 수색하면서 5월 5일 원균과의 약속장소인 당포에 닿았다. 원균과 만남으로써 비로소 적 주력이 옥포(현 거제도 동북연안)에 있음을 알게 된 이순신은 원균의 전선 4척과 협선 2척을 합류시켜 새로운 진영을 짠 다음 5월 7일 옥포로 기습 진격하였다. 이때 일본수군은 옥포만에 대, 소선 50여 척을 정박시켜 놓고 상륙하여 포구의 민가를 약탈하고 있는 중이었다.

삼도수군 조련 전진도

삼도수군 조련 전진도

이순신은 조선수군을 발견한 왜군들이 배에 모두 탑승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포사격을 명하였다. 이는 바로 눈앞의 적 함선을 파괴해 버리면 배를 잃은 왜군들은 육상에서 민가로 숨어 들어가 또 다른 2차, 3차 약탈을 벌일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이순신의 함대는 배를 양익 형태의 일자진을 취한채 함포사격을 실시해 포구를 빠져나오려는 적선 26척을 일거에 격침시킨다. 이로써 전의를 상실한 나머지 왜군은 큰 피해를 입고 부산 쪽으로 도망쳤다. 옥포해전의 승리는 임진왜란이 벌어진 이래 조선이 이룬 첫 승리이자 쾌거였다.

이순신 제독의 함대는 척후장으로부터 적 패잔선 5척이 웅천(마산) 방향으로 달아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는 이를 추격, 합포(진해) 앞 바다에서 5척 모두를 잡아 불태운 다음, 남포(창원)에서 밤을 지새고 5월 8일 아침 일찍 진해만을 통해 한산도 쪽으로 항진중 적진포(통영군) 앞 바다에서 다시 적선 13척을 만나자 단숨에 격침시키는 추가전과를 올렸다. 따라서 5박 6일간의 옥포해전에서 이순신 함대는 단 한척의 피해도 없이 적선 44척을 격파함으로써 남해바다에서 일본수군을 격멸하는 전과를 수립했다.

효충사

효충사

옥포해전은 임란발발 후 조선이 이긴 첫 승리였다. 그리고 이는 연전연승하며 무주공산식의 진격을 거듭하여 사기가 올라있던 왜군들에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왔다.

당시 왜군들은 수백척의 군단을 이끌고 부산포 방면에서 남해바다를 거쳐 여수, 목포를 지나 서해바다로 올라 올 작정이었다. 바로 수륙병진작전이다. 만일 인천이나 지금의 평택지역에 수만의 왜군들이 상륙했다면 부산방면에서 육상으로 올라오고 있는 왜군과 합세되어 조정의 안위는 그야말로 풍전등화였을 것이다. 이순신의 첫 승리는 그야말로 전세를 결정짓는 중요한 해전이었다.

실제로 서해바다를 통한 군수품과 후속지원을 기대하였던 왜군들은 보급의 차질이 생겨 경상도 방면에서 문경새재를 지나 중부지역으로 진격하려던 육상부대의 진출이 더디어졌고 고립되게 되었다.

옥포조선소 전경

거제도에서 바라본 푸르른 남해의 바다에는 임진왜란의 승패를 가른 해전의 역사가 흐르고 있었다.

by 서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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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0168265.tistory.com BlogIcon 미자라지 2009.09.07 09: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여수랑 가까운 곳인가보네요...
    얼마전에 여수 다녀왔는데...
    건너편이 남해라고 들었거든요...ㅋ

  2. Favicon of http://waarheid.tistory.com BlogIcon 펨께 2009.09.07 09: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구경 잘하고 갑니다.

  3. Favicon of https://tirun.tistory.com BlogIcon 티런 2009.09.07 09: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순신제독님 만세~!!
    ㅎㅎ 멋진 한주 시작하세요~

  4. Favicon of http://realog.net BlogIcon 악랄가츠 2009.09.07 09: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왜군들이 모두 탑승할때까지 기다린
    이순신 제독의 뛰어난 계책!!!
    역시 대단하옵니다!!!
    당시 이순신 제독같은 뛰어난 장군이
    우리나라에 있어주셔서 너무 자랑스럽고, 다행이옵니다.
    힘찬 한 주 보내세요! ㅎㅎ

  5. Favicon of http://ggholic.tistory.com BlogIcon 달콤시민 2009.09.07 09: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선소가 그냥 조선소로 보이지 않네요 ^^
    역사를 잇는 느낌이랄지 ^^;;;

  6. 2009.09.07 10: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7. Favicon of https://zoommastory.com BlogIcon 줌 마 2009.09.07 10: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한 주 기분좋게 시작하세요.^^

  8. 둔필승총 2009.09.07 10: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사적인 곳을 다녀오셨군요.
    시원한 사진, 잘 보고 갑니다.
    멋진 한주 시작하세요~~

  9. Favicon of https://middleagemanstory.tistory.com BlogIcon 영웅전쟁 2009.09.07 11: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랫만에 잘 아는곳이
    나오니 반갑군요 ㅎㅎㅎ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이번주도 멋지게 시작하시길 바라며
    장병여러분들 건강하시기를 ....

  10. Favicon of https://kumdochef.tistory.com BlogIcon 검도쉐프 2009.09.07 12: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조일전쟁이라는 글을 읽고 있는데..
    역시 임진왜란의 영웅은 이순신장군이시죠.
    불멸의 이순신

  11. Favicon of https://rubygarden.tistory.com BlogIcon 루비™ 2009.09.07 13: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거제를 몇 번이나 갔는데도
    옥포 대첩 기념탑은 안 가보았군요.
    다음 거제 여행 시에는 꼬옥 들려봐야겠어요.

  12. Favicon of https://nizistyle.tistory.com BlogIcon 한량이 2009.09.07 13: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해의 거제도 한번 가보고 싶은곳중 한곳이네요..

    거제도 들르면 옥포대첩 기념탑 들러보겠습니다.^^

  13. Favicon of http://hyoya.tistory.com BlogIcon 빛으로™ 2009.09.07 16: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두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14. Favicon of http://leeesann.tistory.com BlogIcon pennpenn 2009.09.07 17: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번 가보고 싶네요~

  15. 쿠쿠 2009.09.07 20: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명이인 이순신장군님도 계시던데 생각이~_~;; 하여튼 두분다 우리의 영웅

  16. Favicon of https://jsapark.tistory.com BlogIcon 탐진강 2009.09.07 22: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옥포 해전.
    세계 해전사에 길이 남을 전쟁이 이순신 장군이 이끈 것이지요. 그 후예들 해군.

  17. Favicon of https://bacon.tistory.com BlogIcon Bacon™ 2009.09.07 23: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잘 보고 갑니다.
    확실히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면서 다양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네요. 이것이 지방 관광 산업의 부흥으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18. Favicon of https://blue2310.tistory.com BlogIcon 드자이너김군 2009.09.08 00: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저런기념탑도 있군요.
    옥포해전.. 역사에 길이 남을 바로그 해전 ㅋ
    음.. 왜 거제도를 다녀 왔는데.. 저길 간 기억이 없을까요?ㅡㅡ?

  19. 나그네 2009.09.08 09: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수 앞 바다에 집결이라고 하셨는데...
    그 당시 여수는 이순신장군이 부임하고 있던 전라좌수영입니다.
    그리고 이 옥포해전에 출전해 승리를 했던 군졸들은 누구였을까요 그들은 전라좌수영의 5관5포의 주민들이 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전라좌수영인 여수를 중심으로 멀리 장흥에서 보성, 순천, 광양 등에 살고 있던 지역주민들이었습니다.
    임진왜란의 승리는 바로 옥포해전의 승리가 그 시작이었고 그주역들은 힘과 권력과는 거리가 먼 착취 당하고 있던 전라도 해변가의 힘없는 주민이었다는 갈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승전기념탑을 바라보며 주민들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20. 윰미베베 2009.10.15 16: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거제도에 한달전에 다녀왔었는데..미리 알고 있었으면 옥표대첩기념비한번 다녀올걸 그랬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