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을 맞아 누워있던 수병의 붕대를 풀자 창자가 쏟아져 내렸다. 

너무도 애처로운 신음소리와 함께 그의 장기들이 밖으로 주르륵 터져 나왔다. 

온몸이 고통으로 물든 그는 모기보다 작은 소리로 내게 물을 달라고 애걸했다. 

  “제발, 물을…” 

하지만 나는 물을 주지 못했다. 

그런 환자에게 절대로 물을 주지 말란 소리를 어디선가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숨을 거뒀다. 

‘어머니, 15일 연장 출동 뛰고 복귀하면 연락드릴게요.’ 라고 했던 그 수병은 결국, 

영원히 어머니께 목소리를 전할 수 없게 되었다.


1967년 1월 19일 북한의 피격으로 인해 당포함이 침몰했다. 

79명의 승조원 중 절반에 달하는 39명의 장병이 전사했고 

당포함은 동해의 수심 200m 아래 깊은 곳에 수장되었다. 

그날 동해상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리도록 차갑던 동해가 모든 것을 그대로 삼켜버렸기 때문이다.



◆ “누가 말 좀 해주세요… 

우리가 어떻게 싸우다 죽어갔는지를…”

 

사실 당포함은 1월 15일 진해로 복귀가 예정됐었다. 

하지만 어획량이 적다는 어민들의 호소에 정부가 어획기간을 연장했고, 

자연스레 보름간 출동을 더 뛰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당포함의 마지막 출동이었다.


1월 19일, 우리어선을 보호하기 위한 임무 수행 중에 

멀리서 북한 경비정 2척이 어선들 쪽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지나치게 가까워지자 함장은 “우리 어선을 보호해라”는 명령과 함께 북상했다. 

그때, 


"탕!’ 


하는 소리가 바다를 흔들었다. 

순간 사방에선 물기둥이 솟구쳤고 군함은 요동쳤다. 해안포가 당포함을 덮친 것이다.

날아온 시발점은 수원단이었다. 

수원단은 고성 앞바다 부근의 돌출된 해안 절벽을 칭하는 지명으로, 

북한은 이 부근 절벽에 터널을 뚫고 레일을 깔아 포대를 설치해 

요새처럼 당포함을 향해 레일을 꺼냈다, 넣었다 하며 집중 포격을 시작한 것이었다.


발포가 시작된 이상, 우선은 살아야 했다. 

함장은 쏟아지는 포탄을 피하기 위해 군함을 지그재그로 조함하며 외쳤다. 


“총원, 전투배치!”


포술장 이석무 중위는 “포탄 있는 대로 다 쏴!”라고 외쳤고 장병들은 포를 잡았다. 

한쪽 다리가 잘려 나갔고, 턱밑의 살점이 찢겨 나갔지만 맞서 싸웠다. 

하지만 선제공격은 치명적이었다. 

함포는 엿가락처럼 휘었고, 갑판은 찢겨나갔다. 기관실마저 공격을 당하자 

당포함은 기동을 멈췄다. 쏟아지는 포탄 속에서 발이 묶인 군함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마침내 배가 기울기 시작하더니 얼마 못가 당포함은 가라앉고 말았다.



◆ 전우도, 군사기밀도 지켜야한다.

 

당포함이 침몰하기 직전, 갑판사관 홍대일 소위는 우현으로 구명정을 내리기 위해 

갑판 위를 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한쪽 다리를 움켜잡더니 

놓아 주질 않았다. 양쪽 다리가 잘려나간 기상장 심양무 하사였다. 


두 눈동자는 이미 초점을 잃고 풀어져있었다. 하지만 살려달라고 애원하거나 

아프다며 울부짖지는 않았다. 그저 말없이 잘려나간 두 다리 대신 

홍소위의 다리를 붙잡고 의지할 뿐. 


그 순간 홍소위가 할 수 있는 일은 빨리 구명정을 내리는 것뿐이었다. 

그래야 기상장과, 다른 전우들을 살릴 수 있었다.

심한 부상을 당한 장병들이 먼저 구명정에 올랐다. 

비교적 부상이 약한 장병들의 배려였다. 이 때문에 구명정에 탑승했던 51명은 

인근 해역서 도움 나온 53함에 의해 구조되었다. 

나머지 장병들은 차디찬 1월의 동해 바다에 몸을 맡겼다.


장병들은 포탄이 빗발치는 상황에서도 군사기밀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전탐병 정완섭 병장은 극비서류인 21MC 전탐일지를 허리띠 아래 묶은 채 이함 했고, 

암호사 김영석 하사는 전 해군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암호 문건을 수장시킨 뒤 

바다에 뛰어들었다. 

함장은 자신의 구명조끼를 부상당한 장병에게 입혀 보낸 뒤, 생존 장병의 유무를 

재차 확인하고 가장 마지막에 자신이 사랑했던 배를 떠났다...




 

◆ 유품 없이 치러진 영결식

 

부상정도가 심한 장병부터 구명정에 태웠지만, 

11명은 이미 숨졌거나 구조 직후 숨을 거둔 상태였다. 

53함에 의해 구명정과, 바다에 이함했던 장병들이 구조 되었지만 

당포함과 그 속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한 39명의 장병들은 바다 속에 수장되었다.

 

바다는 말이 없었다. 살아남은 전우들이, 

기다리는 가족들이 아무리 울부짖어도 대답하지 않았다. 

북위 38도39분45초, 동경 128도26분48초 그 속에 당포함은 갇혀, 

전몰장병의 그 어떤 시신도, 그 어떤 유품도 뱉어내지 않았다. 

 

장례식을 치르던 날, 장포장 이상호 준위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찾은 유가족은 어린 세 아들이 전부였다. 

일찍 어머니를 여읜 세 아이는 유품도 남겨주지 않은 채 떠난 아버지를 보며 

한스럽게 울었고, 그런 아이들 곁에 선 조문객들도 울었다.


그렇게 몇일이 지난 1월 27일희생장병의 영결식이 거행되었고 

다음날인 28일에는 소리 없는 빗방울들이 내리는 가운데 

현충원 해군묘역에서 전몰장병 39위의 국립묘지 안장식이 열렸다. 


동해의 어민들은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산화한 당포함과 전몰장병을 기리기 위해 

거진항 뒷동산에 ‘56함 충혼탑’을 세웠다. 



◆ “잊지 말아 주세요.” … 

마지막으로 부탁하는 간절한 소원

 

견딜 수 없는 서러움과 참담함에 참았던 울음을 터트려 내던 

장병들은 이제 노인이 되었다. 

스무 살이 갓 지나 당포함에 올랐던 수병들이 일흔에 가깝게 된 것이다.  

 

“죽기 전에 동해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당포함을 인양하여 

전사한 동료들의 유해를 수습하고 싶습니다.”


는 이 간절한 바람은 차가운 동해의 파도에 부서져 46년째 이루지 못하고 있다.

매년 1월 19일이면 돌아오지 못한 전우들을 기리기 위해 

생존장병들이 모두 모이고 있다. 하지만 그 수가 차츰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들마저 죽어 없어지면 당포함을 누가 기억해주겠습니까.”

하는 애달픈 걱정으로 마음을 졸인다.

이것은, 부디 잊지 말아달라는 그들의 절실한 바람을 

우리 가슴 속에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조국의 부름에 목숨을 걸고 응답한 당포함 장병들과 분단 조국이 내몰았던 

그날의 바다위에서 울부짖으며 죽어간 

서른아홉 명 장병들의 영혼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기억들은 잊히기 마련이다. 

46년 전 당포함을 잊고 살다가 우리는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또 한 번 46용사를 잃었다. 

더 이상 가슴 아픈 역사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우리가 당포함을 기억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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