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니 법칙. 마치 마티니에 취한 것처럼 잠수자가 질소에 마취돼 몽롱해지는 것을 말한다. 이 현상은 수심이 깊어질수록 점점 악화된다. 급기야는 자신의 생명줄과 다름없는 공기 호스를 환각에 사로잡혀 스스로 끊어버리는 지경에 이른다고도 한다. 이를 버텨낸다 해도 스쿠버로 갈 수 있는 한계는 통상 수심 40m. 이 이상의 영역은 포화 잠수라는 특수 장비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물론 이 또한 모든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잠수사 개인의 몫인 건 바뀌지 않는다. 압력 적응을 위해 챔버 안에서 몇 날 며칠간 고독과 무기력을 상대하며 지내야하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바다 속에서 조류에 휩쓸리며 사투를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수압에 짓눌린 근육과 뼈마디의 수축쯤은 직업병으로 칠 수도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국가의 부름이라면 어김없이 바다로 향하는 이들이 있다. 서해 훼리호 참사, 성수대교 붕괴 현장 등 각종 국가 재난 상황에 선봉에 선 사람 구하는 군인. 여수 잠수함 침투 때도 150m 바다 깊은 곳까지 묵묵히 자맥질에 나선 해군 해난 구조대

SSU. 이들은 작년 1212일 북한의 기습적인 미사일 실험의 진위를 규명하기 위해 또 어두운 바다로 뛰어들었고, 언제나처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은하 3호의 1단 추진체를 인양해 냈다.

 


 더 넓고 더 깊은 바다로미군도 작업 꺼리는 조건임에도 입수





해군이 추진체 잔해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었던 데는 SSU의 활약이 가장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작업이 벌어졌던 곳은 군산 서쪽 160해역의 수심 88m 지점. 수심 10m1기압씩 늘어나므로 바다 속 88m 지점에 있던 SSU 대원들이 받은 압력은 10기압 정도였다. 전투기 조종사들이 순간적으로 받는 압력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리병이 쪼그라들 정도의 압력이다. 이번 작전은 이런 악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가압챔버가 동원되었다. 작전 시작 3시간 전부터 챔버 안에 들어가 수심 88m와 유사한 압력에 적응하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친다고 해도 작업이 말처럼 쉽게 진행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깊은 바다라 이번엔 수온이 문제였다. 물속은 열전도율이 높아 공기 중에 있을 때보다 체온이 20배 빨리 떨어진다. 당시 현장의 수온은 영상 10도로 약 2시간 이상 작업 시 저체온증으로 목숨까지 위험한 상황이었다. 미군의 경우는 수심 40m, 조류 1노트 이하에서만 잠수를 허용하고 있다. SSU 대원들은 미군조차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악조건 속에서 작업을 단행한 것이다. 6명의 대원이 3명씩 2개조로 나눠 해상에서 보내주는 뜨거운 물로 몸을 적시며 교대로 근무에 투입되었다.

 


 영국 베테랑 잠수사도 운명 달리한 서해세계 3대 최악의 조건





게다가 서해는 조류가 거칠고 시계가 나쁘기로 유명한 바다다. 민물의 유입이 많아 해저가 펄 상태이고, 그래서 부유물도 많기 때문이다. 바다속으로 들어가면 1m 앞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시거리가 짧다. 손으로 더듬어가며 작업해야 해서 진행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동해 가시거리의 10분의 1 수준이다. 아쿠아리움이나 영화에서 본 투명한 옥색 바다를 떠올릴 수 없는 작업환경인 것이다.

조석현상의 경우는 한술 더 뜬다. 캐나다의 펀디만, 프랑스의 생미셸만과 더불어 조석현상이 극심한 세계 3대 지역으로 꼽힌다. 조수간만의 차가 크다보니 조류가 빠르고 자주 바뀐다. 매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물때가 바뀌는 틈의 정조’ 2시간 정도에만 잠수를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질 정도다. 지난 20044월에는 필리핀에서 해저 308m까지 잠수해 세계 기록을 경신했던 영국인 존 베넷이 전북 부안군 앞바다에서 실종된 사건도 있었다. 베테랑 중 베테랑이었지만 동해의 5~7배에 달하는 유속에 당해내지 못했던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을 뚫고 SSU 대원들은 13일 오후 4시경 청해진함을 내려 바다속으로 들어갔다. 2cm 굵기의 고장력 밧줄을 잔해에 묶는 작업을 시작했고, 파도와 조류가 강해 오후 작업이 중단되기도 하였다. 8시쯤 작업은 재개되었고 손으로 바닥의 펄을 퍼내면서 로프를 연결, 11시에 크레인으로 인양을 시작하게 된다. 직업 잠수사들은 권장 잠수 시간이 하루 6시간으로 제한되어 있고 야간 작업은 되도록 하지 않지만, 이번 인양작전의 경우 물살이 더 빨라지고 날씨가 안 좋아질 것이라는 예보에 철야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손발 척척 맞는 환상의 궁합, 드림팀 같은 팀워크도 빛나





여기에 북한의 로켓 발사 당일 변산반도 서쪽 해상에서 대기하던 해군 함정들의 노력도 더해졌다. 세종대왕함이 첨단레이더(SPY-1)로 미리 잔해의 위치를 확인하고 링스헬기를 보내 낙하 지점을 확인했고, 인근에 대기중이던 최영함이 해당 지점으로 이동해 고속단정을 보내 잔해를 미리 로프로 묶어 놓았다. 잔해는 발사 당일 오후 4시경 수심 88m 해저로 가라앉았다.

다음날 자정을 갓 넘긴 시각에 소해함이 도착, 음탐기를 이용해 해저로 가라앉은 1단 추진체 잔해를 찾아냈고 이어 오전 812분 현장에 도착한 청해진함이 수중카메라로 잔해에 쓰인 '은하'라는 글자를 확인했다. 자칫 낙하지점을 초기부터 잡지 못했다면 인근 해역을 헤맬 수도 있었던 일이었지만, 빠른 대처로 초기 대응을 완벽히 수행한 것이다.

 


 잠수 기네스 기록도 보유칠흑 같은 밤에도 뛰어들었다




SSU는 평소부터 지옥 훈련으로 유명하다. 남을 살리기 위해 바다 속으로 들어가려면 죽음에 대한 공포부터 없애야 하기 때문이다. SSU 출신 잠수기술 명장 차주홍 씨는 군대 훈련이 다 힘들다지만, 물속에서는 아무리 힘들어도 드러누울 곳 없지 않냐는 비유로 SSU의 고된 훈련을 표현했다. 기수별로 5~6000번씩 PT체조를 하는 건 기본이고 수경에 바닷물을 가득 채우고 눈을 뜬 상태에서 식사를 하는 훈련도 있다. 얼음장 같은 바닷물에 들어가 6km를 헤엄쳐야 하는 코스는 훈련 중 백미다. 이런 고난이도 훈련 때문에 탈락률이 50%에 육박할 정도이며, SSU 훈련을 이수한 자들은 정예 특전사로 잠수, 인명 구조 분야에서는 전문가가 된다.

 

이번 작전에 쓰인 것과 같은 방법인 포화잠수 분야에서 해군 SSU팀은 기네스 기록도 가지고 있다. 지난 2003년 프랑스 연수 시 해저 450m까지 잠수에 성공한 것이다. 특히 영국, 미국도 2시간 안에 끝낸 전례가 없는 물속 퍼즐을 조립을 우리 SSU팀은 1시간 20분 안에 끝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1999년 북한군 반잠수정을 해저 150m에서 인양한 것도 기네스 기록에 올라있다




  이런 노하우에 더해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에 긴박한 상황을 가정해 야간 훈련을 강화한 것도 주효했다. 조류가 빠르고 부유물이 많을지라도, 심지어는 날이 저물어도 작전 상황은 오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현장에 투입될 수 있게 대비태세를 갖춰 놓은 것이다. 희미한 손전등뿐인 밤바다에 사명감 하나로 뛰어든 SSU대원들의 정신전력이 더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잠수사는 우주여행을 하는 우주인(astronaut)이란 말과 유사하게 애쿼노트(aquanaut)라고 불린다. 정상적인 대기압으로 안전하게 돌아오는 과정에 우주여행과 다름없이 긴 시간과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절대 고독의 공간에 있다는 것과 조그만 사고나 실수가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도 닮았다. 인간의 한계와 지식의 끝을 열어보는 최전선의 최정예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소 아쉬운 것은 해난구조의 인프라가 부족한 현실이다. 이번 작전만해도 해군에 단 한척밖에 없는 해난구조 전문함, 3척뿐인 이지스 중 한척이 동원되었다. 다른 작전 등의 이유로 원양에 있었다면 적기를 놓칠 수도 있고 다른 해역의 경비 공백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력 양성 체계도 그렇다. 그나마 해군 SSU가 잠수사 양성을 하고 있지만, 이 외에는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있는 교육시설은 부족한 실정이다. 71000정도의 영해, 삼면의 바다와 국내 수출입물동량 98%가 통과하는 제주남방해역, 그리고 아덴만까지. 우리가 유영할 바다는 무궁무진하다. 우리의 눈이 다시 바다를 향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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